사설 이재명 대통령, 문재인 시즌2로 갈 것인가 실용주의로 돌아설 것인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두 축이 나란히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하나는 8월 세제개편안이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최대 80%였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2029년부터 거주기간에만 연 8%씩 인정하도록 바꾼다. 다른 하나는 가계대출 총량규제다. 금융회사별로 연간 대출 증가액의 상한을 정해놓고 은행 창구를 조이는 방식이다.
◆ 헌법 위에 올라앉은 창구지도
총량규제부터 보자. 이 규제는 법률에도, 금융감독 규정에도 없다. 금융사가 당국의 ‘관리 방향’에 맞춰 연간 목표를 제출하고, 초과하면 이듬해 검사와 감독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형식은 자율이지만 실질은 강제인 행정지도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법률로써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고(제37조 제2항),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고 선언했다(제119조).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이만큼 직접적인 규제가 국회를 한 번도 거치지 않고 창구지도로 작동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정상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대통령도 장관도 헌법과 법률에 위임된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 “직권남용에 가깝다”는 질타가 나온 이유다.
이런 나라가 또 있는가. 금융회사별 대출 총량을 정부가 직접 틀어쥐는 방식은 주요국 어디에서도 일반적인 가계부채 관리 수단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지는 DSR, LTV 같은 법제화된 기준으로 관리한다. 유일하게 견줄 전례가 버블 절정기이던 1990년 일본의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인데, 그 정책은 거품 붕괴의 충격을 키워 ‘잃어버린 30년’의 한 요인으로 기록됐다. 우리 정부가 참고할 교본이 아니라 피해야 할 반면교사다.
이 극약처방의 족보를 따져보면 더 씁쓸하다. 구체적인 증가율 목표를 내걸고 총량 관리를 본격 시행한 것은 2021년 문재인 정부였다. 연 5~6%로 묶겠다던 그해 증가율은 7.1%로 목표를 넘겼고, 은행들이 연말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실수요자 대출절벽을 만들고서야 부랴부랴 전세대출을 예외로 뺐다. 이재명 정부는 그 실패한 처방을 부활시켜 더 독하게 썼다. 지난해 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일괄 6억원으로 묶은 것을 시작으로 9·7, 10·15 대책을 거치며 집값에 따라 한도를 6억, 4억, 2억원으로 차등화했고, 올해 4월에는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내걸고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조였다. 그리고 넉 달 만에 백기를 들었다. 새벽 6시 접수 10분 만에 마감되는 ‘대출 오픈런’이 일상이 되고,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못 구한 실수요자들의 호소가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서 터져 나오자, 지난 13일 총량 목표를 3%로 두 배 늘리는 대책을 내놨다. 조이고, 부작용이 터지면 예외를 붙이고, 다시 푸는 일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금융은 누더기가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조차 총량규제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갉아먹는다고 우려했다. 넉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붙들고, 국민더러 인생 계획을 세우라는 것인가.
◆ 한 명 잡으려다 아흔아홉 명 벌주는 세금
세금은 어떤가. 조세 정의 차원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 정책은 주장과 논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규제를 피해 이익을 보는 한 명을 잡겠다고 아흔아홉 명의 선량한 비거주 1주택자에게 과한 세금을 물려서는 안 된다. 지방 발령으로 집을 비운 직장인, 상속으로 지분을 떠안고 정작 자신은 셋집에 사는 사람이 모두 ‘비거주 1주택자’다.
실거주자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살려고 집을 샀다가 2년 만에 이직이나 가족 사정으로 파는 1주택자는 비과세 요건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최고 60~70%의 단기 중과세율을 두들겨 맞는다. 논리부터 모순이다. 정부 스스로 집은 주거용이라고 말한다. 주거용이라면 1주택자의 양도차익은 통장에 쌓이는 소득이 아니라 다음 집으로 들어갈 돈이다. 집값이 다 같이 오른 시장에서 세금을 떼이는 순간 같은 동네 같은 평수로도 옮기지 못한다. 세금이 주거 상향은커녕 하향 이동을 강제하는 것이다. 양도세를 덜어내야 실거주할 곳으로 갈아탈 수 있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는 실거주 주택의 양도차익에 금액 한도 없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미국도 부부 합산 50만 달러까지 공제하고, 이직이나 건강 등 부득이한 조기 매도에는 거주기간에 비례한 공제까지 인정한다. 실수요 1주택자를 이렇게까지 과세하는 나라를 찾기 어렵다. 방향은 오히려 반대여야 한다. 보유·거주 기간을 따져 벌주는 설계를 걷어내고, 1가구 1주택의 양도세는 파격적으로 면제해 갈아타기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정공법이다.
◆ 명분의 정치, 시장의 복수
우리는 이 장면을 이미 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5년간 스무 차례가 넘는 대책을 쏟아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매물 대신 증여를 늘렸고, 세 부담을 피한 수요는 ‘똘똘한 한 채’로 몰려 강남 집값을 밀어 올렸다. 임대차 2법은 전세 매물 소멸과 전셋값 폭등으로 돌아왔다. 명분과 논리로 설계된 정책이 시장에서 어떻게 복수당하는지 5년 내내 확인하고도, 지금 정부는 총량규제를 부활시키고 세제를 더 조이는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문재인 시즌2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하다.
예견된 실패를 강행하는 것은 소신이 아니라 오기다. 말 잔치에 그치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국민 의견을 수용해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대통령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경제 정책의 진행을 멈추고, 선진국에서 검증되고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총량규제를 법률에 근거한 차주 단위 규제로 전환할 로드맵을 내놓고, 1주택 실수요자의 양도세부터 과감히 덜어내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극약처방을 상시 복용하는 나라에 정상적인 시장은 없다.
내일(18일) 기자회견이 문재인 시즌2가 될지, 실용주의 이재명 정부의 시작이 될지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