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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청문회, ‘망신주기 정쟁’ 벗어나 ‘역량 검증’으로 돌아가야

이번 주 청문회 슈퍼위크… 구태 되풀이된다면, 국회 자질 부족과 정치 개혁 요구만 부를 것

이번 주 열리는 ‘청문회 슈퍼위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다. 국회는 15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6일 강신철 국방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줄줄이 연다. 고물가·고금리의 민생고와 급변하는 안보·경제 지형 속에서 국정의 방향타를 잡아야 할 핵심 공직자들이다.

고위 공직자 검증은 국가 정책의 향방과 국민 삶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절차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대중의 기대는 명확했다. 밀실 인사의 폐단을 끊어내고 공직 후보자의 정책 철학과 국정 수행 역량을 투명하게 검증하자는 취지였다.

‘정책 면접’은 사라지고 흠집내기 폭로전만 난무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청문회장은 국정 비전을 다투는 자리가 아니었다. 인사 검증을 한다는 이유로 무차별 인신공격과 자극적인 폭로전만 난무했을 뿐이다. 대의민주주의를 믿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국민으로서는 민망함을 넘어 한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정책 검증은 뒷전이고, 청문회 내내 후보자의 과거 언행이나 활동, 직무와 무관한 개인적 의혹에만 조명이 집중된다면, 공직에 뜻을 두었던 유능한 전문가들이 인격 모독을 두려워해 출마 자체를 손사래 치는 ‘인재 기근’ 현상마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의 근본 원인은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다루는 구조적 한계에 있다. 대중의 눈길을 끌기 쉬운 신상 논란이 퍼지면 해당 직책에 필요한 정책 역량 논의는 순식간에 묻혀버린다. 여기에 여야의 극단적인 진영 대립과 정쟁이 더해지면서 청문회는 ‘낙마’냐 ‘사수’냐를 다투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도덕성과 정책 검증의 2원화가 시급하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제도적 차단막을 치고 있다. 미국은 후보자가 공개 청문회장에 서기 전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 정부윤리처(OGE)가 철저한 사전 신원 조사를 진행한다.

개인 도덕성과 재산 문제는 상원 상임위원회의 비공개 검토로 일차 정리한 뒤, 공개 청문회에서는 국정 철학과 정책 역량을 집중 검증한다. 영국과 독일 등 의회내각제 국가들 역시 정당 내부의 엄격한 선별 검증과 평소 의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후보자의 정책 추진 능력을 지속해서 평가한다.

우리의 인사청문회 역시 틀을 바꿔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문회의 2원화(비공개 도덕성 검증 + 공개 정책 검증)’다. 후보자의 개인 신상과 도덕성 문제는 소위원회를 구성해 비공개로 냉정하게 다뤄 결격 사유를 먼저 걸러내야 한다.

전면 공개되는 본 청문회에서는 공직 수행 역량과 국정 비전만을 다루도록 개편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실의 사전 검증 시스템을 법제화하고 강화하여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

구태가 반복되면 국회가 자질 검증을 받게 될 것

이번 청문회만큼은 소모적인 정치적 신상 털기를 거두고, 각 부처 수장으로서 국가 과제를 해결할 정책 철학과 직무 역량을 가려내는 본래의 정공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 고함과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구태가 또다시 되풀이된다면, 그것은 후보자가 아닌 청문위원 스스로의 자질 부족을 국민 앞에 드러내는 일일 뿐이다.

국회가 구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정치권 전체의 자질부족과 후진성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근본적 정치 개혁 요구만 한층 거세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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