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화성 황금해안길’, 내 마음이 꿈꾸어왔던 길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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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황금해안길 3코스 해송숲. (사진=김우영)
황금해안길 3코스 해송숲. (사진=김우영)

아마도 그날 바람은 서쪽 바다에서부터 불어왔던 것 같다. 내 마음에 이어 몸이 거기로 향한 것을 보면.

그런데 햇볕은 너무 뜨거웠다.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역시 열풍이었다.

젊었을 때는 추운 겨울보다 여름이 좋았다. 틈만 나면 산·들·강·바다로 나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름더위가 견디기 힘들어졌다. 추운 겨울엔 방한이 잘되는 패딩과 발열내의를 입고 돌아다니면 된다지만, 더위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옷을 벗어도 덥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방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지내자니 전기요금도 신경이 쓰이지만 건강에도 좋지 않아 선호하지 않는다.

게다가 난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사람이다. 원고에 집중할 때를 빼놓고는.

아무래도 팔자에 바람 풍(風)자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더위라...사실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의 더위를 맛보긴 했다.

2017년 여름, 실크로드 일부지역인 우르무치와 돈황, 유원, 선선, 하밀, 투루판 지역을 여행했었다.

그때 그야말로 내 인생에서의 ‘역대급’ 더위를 만났다.

화염산이 있는 투루판에선 ‘화염더위’가 어떤 것인지 비로소 이해했다. 왜 중국 고대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파초선을 빌려 화염산의 불을 끄며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글이글 불타는 빛깔에 형상까지도 화염을 연상케 하는 산의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은 당연했다.

가이드로부터 지열은 80℃가 넘는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흙속에 계란을 묻어 익힌 뒤 판매하는 상인도 보았다. 그야말로 ‘화염지옥’이었다.(세계 기네스북에 지표면 온도가 무려 89도까지 올라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사막에서는 신발 바닥이 녹아내려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내 낮 기온도 50℃를 넘었다. 새벽 1시 투루판 역 앞, 사막을 건너온 강풍의 온도마저 40℃를 웃돌았다.

지금 다시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생각을 깊이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때는 그 정도인지 모르고 얼결에 가긴 했는데...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 정도 더위는 아니라고 하지만 오후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였던 최근, 서해안의 ‘화성황금해안길’을 걷고 왔다.

고등학교 선배와 동창, 세 명이 함께 바람이나 쐬자며 떠난 나들이였다.

궁평항에서 잠시 바다 풍경을 둘러보다가 북쪽 데크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화성시에서 조성한 ‘화성 황금해안길’ 일부라도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화성 황금해안길’ 궁평항-백미항 코스 일부.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화성 황금해안길’ 궁평항-백미항 코스 일부.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화성 황금해안길’은 화성시 해안선을 따라 제부도에서 백미항을 거쳐 궁평항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7㎞ 규모의 도보길이다. 해가 질 무렵 바다와 갯벌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의 장관을 볼 수 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 길을 걸으면 서해안의 장엄하고 황홀한 낙조와 너른 갯벌, 어촌 풍경, 울창한 해송숲을 감상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신선한 바닷내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갈매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다.

1구간(5㎞)은 제부도에서 시작되는 ‘낙조경관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2구간(4.5㎞)은 송교리에서 바다 위를 걷는 ‘소금바닷길’로 바다와 염전의 수평 경관을 즐길 수 있다. 3구간(7.5㎞)은 백미항에서 궁평항 일원의 궁평관광길로 포토존 등이 마련된 '해안관광 데크길'로 조성됐다.

일행은 3구간 궁평항에서 출발했다.

강한 햇볕과 더위를 견디지 못한 내 친구는 해송 숲에서 걸음을 멈추고 차를 이용해 이동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조금만 더 가보자”, “저기 모퉁이까지만 갔다가 돌아오자”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결국 백미항까지 걷게 됐다.

그런데 이 길은 35도의 불볕더위를 견딜 만큼 멋진 풍광을 보여줬다. 금강산 해금강이나 삼일포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걸어보라고 권유할 만한 명품길이었다.

물론 정식 개통이 된 길이 아니라서 현재 위치나 코스 전체를 보여주는 안내판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걸어본 길 중에는 단연 으뜸이라고 할만 했다.

화성 황금해안길에서 만난 절경.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화성 황금해안길에서 만난 절경.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사실 이 길은 황금해안길 조성 전에도 걷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제법 소문이 난 코스다. 해양수산부의 ‘걷기 좋은 해안길’ 52곳 가운데 한 곳으로도 선정됐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이 길을 조성한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양관광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화성시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관광객 유입 및 소비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등 선순환 효과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화성 황금해안길을 직접 걸어본 나의 생각도 그와 같았다. 이 더위가 가시고 가을이 되면 이 길은 방문객들로 넘쳐날 것이다.

그들은 궁평항에서, 백미리에서, 제부도에서, 그리고 중간 마을의 카페나 음식점에서 쉬어가며 지갑을 열 것이다.

황금해안길 백미리 어촌 체험장 독살.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황금해안길 백미리 어촌 체험장 독살.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화성시의 계획은 이 길을 화성시 뿐 아니라 전국적인, 더 나아가 세계적인 해양관광 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정식 개통되면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의 도보여행자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화성 황금해안길은 정명근 시장의 중요한 치적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김우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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