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자랑스럽다, 내 45년 친구 정수자 시인이 받은 '무산문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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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제3회 무산문화대상을 받은 정수자 시인(가운데 꽃다발을 든 사람)이 시상식장에 참석한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회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화성연구회)
제3회 무산문화대상을 받은 정수자 시인(가운데 꽃다발을 든 사람)이 시상식장에 참석한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회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화성연구회)

지난 달 화성연구회 모임이 끝난 뒤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몇 사람이 뭉쳤다. 그 자리에서 정수자 시인이 무슨 상을 받는다고 했다.

정 시인은 그동안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이영도시조문학상 등, 이른바 ‘대한민국 시조문학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바 있다.

그래서 “아직도 받을 상이 남아 있나?”라는 농담을 하자 이번엔 ‘무산문화대상’이라고 했다. 상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데다 문단 소식마저 과문한 탓에 그런 상이 있다는 걸 처음 들었다.

그런데 상금이 좀 많다고 했다. “한 3000만원쯤 되는가?” 했더니 “그보다 좀 많다”며 입을 다문다. ‘그럼 5000만원이겠구나’ 속으로 생각했는데, 웬걸 1억원이란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내 배는 아프지 않았다.

50줄 넘어서부터였을까. 주변 사람들이 잘되면 내가 흐뭇했다. 길 가다가 텅 빈 식당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행궁동 카페나 통닭거리에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선 광경을 보면 어찌된 일인지 내 배가 부르다.

상은 정수자 시인이 받는데, 상금이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을까?

이유가 있다. 그와 나 사이에는 무려 45년간의 질긴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에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나나 그나 ‘한 성격’하는 터라 중간에 수차례 투덕거리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정 시인이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생 끝에 아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날, 수여식장 밖에서 모니터를 보며 나도 모르게 “정수자, 장하다!”라고 중얼거렸다.(나중에 알았는데 내 등 뒤엔 그의 동생이 있었고 그 말을 들었단다)

그가 이런 저런 상을 받을 때마다 함께 했고, 그도 내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와주었다.

언젠가는 이런 약속도 했다. “정수자, 네가 먼저 가면 내가 호상(護喪)을 맡아줄게” 물론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6월 9일 저녁 서울 웨스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3회 무산문화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관련기사: News S 5월 21일자, ‘정수자 시인 제3회 무산문화대상 수상’)

(재)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시인이기도 한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의 예술혼과 상생정신을 잇기 위해 제정·시행하는 상이다.

무산 조오현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의 조실을 지낸 스님으로써 생전에 문화예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무산 스님이 설악산 신흥사 조실로 계실 때니까 수십 년 전, 내가 30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강원도에서 문인들의 세미나가 열릴 때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 상영된 생전 동영상 법문에서도 들을 수 있었지만 ‘나의 생각이 곧 나의 화두’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다.

무산 스님은 (재)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권영민 이사장의 인사말처럼 “사람과 사회, 종교 사이의 벽을 허물고 이념과 가치의 경계를 뛰어넘는 상생과 화합의 삶을 몸소 보여”주신 대덕이었다.

시상식은 인사말, 영상상영, 심사경과 발표, 시상,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2025 설악무산문화축전 전국 어린이합창대회’ 우승팀인 ‘김포위자드콰이어’와 ‘전국 청소년 스트리트댄스 페스티벌’ 수상팀인 ‘언더컨트롤’의 축하공연은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 냈다.

정수자 시인이 무산문화대상 문학 부문 수상자가 된 것은 첫 시조집 ‘저물녘 길을 떠나다’(2000)를 시작으로 ‘저녁의 뒷모습’, ‘허공 우물’, ‘인칭이 점점 두려워질 무렵’(2024) 등 깊이 있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우리 시조 문학의 최전선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전통 시조의 정형성이 가진 절제와 응축의 미학을 깊이 있게 추구하면서도 내용과 형식 양면을 다채롭게 혁신해 왔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한국 시조 문학의 ‘현재’로서, 서정성의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확보하며 자연과 세계, 인간에 대한 폭넓은 사유를 기반으로 동시대인의 삶에 깊은 천착과 믿음직한 위안을 건네왔다”는 심사위원회의 평가에 깊이 공감했다.

“무산 스님의 말씀을 죽비 삼아 여기까지 왔다. 시조의 기본 정신인 절제가 폭력과 탐욕이 만연한 시대에 제동을 거는 유효한 미학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문제를 살펴가는 언어를 찾아 쓰고 싶다”는 정수자 시인의 수상소감도 가슴에 와 닿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밤 9시 쯤 수원으로 돌아왔다. 늦은 시간임에도 모두 다시 모여 시상식의 여운을 즐겼다.

“정수자, 상금은 애먼 데 쓰지 말고 잘 뒀다가 대출금도 갚고 노후자금으로 쓰게.” 오랜 친구로서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우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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