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고도 50여일 … "마약 못 따라가는 경찰 수사"
SNS에서 이른바 ‘수원 마약 좀비’로 불린 30대 남성을 경찰이 현장에서 붙잡고도 50여 일이 지나도록 당시 마약 투약 여부를 가려내지 못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마약류를 경찰의 수사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수원권선경찰서 등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30대 A씨의 모발 정밀 감정에서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6월 21일 SNS를 통해 확산한 영상 속 인물이다. 등이 굽은 채 양팔을 늘어뜨리고 장시간 서 있는 모습이 이른바 ‘좀비’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당시 A씨를 찾아 간이 시약검사를 실시했고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오자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국과수 예비감정에서 마약 반응이 나오지 않아 A씨를 석방했다. 이후 소변 정밀감정에서도 마약류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경찰은 이후에도 수사를 이어가 A씨의 모발에 대한 정밀감정을 진행했다. 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마약류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달 초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모발 감정 결과만으로 지난 6월 21일 당일 A씨가 마약류를 투약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변검사의 경우 일주일 정도 지나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모발은 보통 1년 치를 감정하기 때문에 6월 21일 당일 투약 여부는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최근까지 한 달에 한 차례 병원을 찾아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았다. 처방 약에는 향정신성 성분을 비롯해 수면제와 수면유도제 등 여러 성분이 포함돼 있어 경찰은 모발에서 확인된 성분별 투약 경위와 처방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의 발단이 된 지난 6월 21일 이후 50여 일이 흘렀지만 당시 A씨의 이상행동이 마약류 투약에 따른 것이었는지는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신종 마약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수사 체계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종 마약들이 많이 나오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약물이 추출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 것 같다”며 “흡수가 빠른 약물들은 소변에서 검출되지 않고 모발이나 정밀검사를 해야 추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이 같은 신종 약물에 대응할 준비가 아직 안 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건으로 보인다”며 “약물과 연관된 전담팀이나 과학수사팀이 따로 운영돼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오는 20일 A씨를 소환해 모발에서 확인된 성분의 투약 경위와 처방 여부, 지난 6월 21일 당시 마약류 투약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