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려다보는 집권여당 대표, 중앙 올려다보는 경기도지사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신경전이 중앙정치와 경기도정을 넘나들며 확산하고 있다.
추 지사가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과 검찰개혁 등 중앙정치 현안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공개 비판하자 김 대표는 추 지사의 지방선거 컨설팅 계약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경기도 현안을 잇따라 문제 삼으며 맞서고 있다. 정치적 충돌의 전선이 국정에서 도정으로까지 넓어지는 모습이다.
추 지사는 일찌감치 중앙정치에 목소리를 높였다.
추 지사는 지난 10일 이 대통령의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을 두고 “모순의 극치”라고 평가하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질문에도 검찰개혁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정부의 개혁 방향을 비판했다.
이후에는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추 지사는 중수청장 인선과 내란 세력 대응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을 향해 “왜 이들 세력에게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이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정부 정책에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 수장이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 운영 방향을 잇따라 공개 비판하면서 논쟁은 당내 갈등으로 번졌다.
김 대표가 직접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추 지사의 발언에 대해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거론했다. 추 지사의 발언을 민주당 중진이나 도지사의 발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도 요구했다.
여기까지는 집권여당 대표가 당내 중진의 대통령 비판을 수습하는 모양새였지만 이후 김 대표의 문제 제기는 추 지사가 책임지는 경기도정으로 향했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추 지사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치컨설팅 업체와 맺은 계약을 두고 가격과 계약 내용의 적정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당에도 공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컨설팅 가격이 실제 제공된 서비스의 가치에 상응하는지와 계약 과정의 투명성 등을 살피겠다고 했다. 문제가 확인될 경우 당도 관여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하루 뒤에는 경기도의 문화정책을 직접 겨냥했다.
김 대표는 19일 광주에서 청년 영화인들과 만나 경기도가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축소한 데 대해 “어떤 의미에서 보면 계약 파기”라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도 즉각 맞섰다.
경기도는 영화제가 도비에 의존한 고비용 운영 구조에 놓여 있고 예산 투입 대비 관객 성과가 저조하다며 축소 운영은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당대표와 광역단체장의 충돌이 검찰개혁과 대통령 인사를 넘어 구체적인 경기도 사업의 타당성을 둘러싼 공방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두 사람의 행보는 대칭적인 모습도 보인다.
추 지사는 경기도 재정과 민생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이지만 최근 검찰개혁과 대통령 인사 등 중앙정치 현안에 연이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로 집권여당 전체를 이끄는 김 대표는 추 지사의 선거 컨설팅 계약과 경기도 문화사업의 운영 방식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추 지사의 중앙정치 발언이 거세질수록 김 대표의 대응 역시 경기도정으로 깊어지는 양상인 셈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충돌한다고 해서 행정적으로도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기도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국세인 법인세 일부의 광역단체 배분 등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추 지사는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로 높이고 법인세 일부를 광역단체에 배분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추 지사에게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협력이 필요하고, 김 대표 역시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와 정책·예산 공조를 이어가야 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각자의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서로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원로들이라도 나서서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충돌 양상이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