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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문화(文話) 시대 추석 풍경은 변해도, 변하지 않아야 할 한가위의 참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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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단절인가 시대의 진화인가…2026 추석 풍속도를 읽다최승호 문화에디터
일러스트=News SAI
일러스트=News SAI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해마다 한가위 연휴가 되면 도로 위에는 거대한 이동의 띠가 형성되고, 마트와 전통시장은 명절 성수품을 사려는 발걸음으로 북적인다.

그러나 이 익숙한 풍경의 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명절을 맞아 이동하는 목적지도, 음식을 차려내는 방식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장시간의 가사 노동과 번거로운 절차의 거품은 꺼지고, 그 자리에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며 다정한 안부를 건네는 '마음의 연결'이 들어서고 있다.

가을의 한가운데를 뜻하는 '가위'이자 1년 중 으뜸가는 명절 한가위. 2,000년 세월 동안 이어져 온 농경 사회의 결실 축제는 오늘날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베 짜기 승부에서 시작된 2,000년 농경 축제

추석의 역사적 뿌리를 되짚어보면 본래 명절의 본질이 어디에 있었는지 명확해진다. 신라 시대 베 짜기 경연인 '가배(嘉俳)'에서 유래한 추석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조상과 나누는 영신(迎神)과 헌식(獻食)의 의례이자, 마을 주민 전체가 씨름과 강강술래로 노동의 고단함을 털어내던 대동(大同)의 축제였다. 조선 시대를 거치며 성리학적 예(禮) 사상이 정착하면서 유교적 차례와 성묘 절차가 정교해졌고, 이는 현대까지 '큰집 중심의 대규모 집합'이라는 견고한 명절의 틀로 이어져 왔다.

민족 대이동의 해체… '의무'에서 '실용과 휴식'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추석 연휴의 대명사는 고향으로 향하는 '민족 대이동'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쳐 핵가족화와 1인 가구가 급증한 오늘날, 명절을 소비하는 대중의 방식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겪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가족 집결 방식과 음식 차림의 실용화다. 문중이나 대가족 중심의 집합 문화는 1인 가구 및 소가족 단위의 분산 연휴로 재편되었다. 장시간의 가사 노동을 수반하던 차례상은 대폭 간소화되거나, 시중의 간편식과 밀키트, 대행 서비스로 대체되는 추세다. 차례 자체를 완전히 생략하는 가정도 해마다 늘고 있다.

명절 연휴를 사용하는 목적 역시 '유교적 의식 이행'에서 '개인의 재충전'으로 이동했다. 귀성길에 오르는 대신 국내외 여행지로 떠나는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명절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으며, 혼자 편의점 명절 도시락으로 기분을 내며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혼추족' 문화도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명절 가사 노동의 피로를 경험한 부모 세대의 간소화 제안과, 명절을 휴식과 자기계발의 기회로 여기는 자녀 세대의 실용주의가 맞물린 결과다.

형식은 변해도 지켜야 할 가치…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는 연결의 시간

이 같은 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통문화의 해체나 가족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전통의 단절이라기보다 시대적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자연스러운 진화로 보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전통이란 고정된 유물이 아니라 시대의 삶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형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절의 패러다임이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본질이 있다. 추석이 지닌 가장 숭고한 가치는 과도한 의례나 빽빽이 채운 차례상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며 안부를 묻고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의 연결'에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인 절차나 번거로운 가사 노동의 거품은 빠질지언정,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부모님이 보내주신 한없는 사랑과 헌신에 감사를 전하며 고마운 이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는 시간만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온기다. 멀리 떨어져 있던 이들이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고단했던 한 해를 다독이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그 마음에야말로 2,000년을 이어온 한가위의 참뜻이 담겨 있다.

차례상의 풍성함은 줄어들었을지라도 서로를 향한 다정한 안부와 따스한 눈길로 채워지는 현대의 한가위. 형태는 다채로워졌을지라도, 주변을 품고 온정을 나누는 명절 본연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추석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풍요로운 휴식처이자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최승호 문화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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