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구성’ 놓고 행정부·사법부 정면충돌
대법관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정면충돌했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의 추가 입장이 나온 뒤 “적법하게 추천된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야말로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법원조직법에 따라 후보자 4명을 추천했는데도 대법원이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퇴 의사를 확인한 점을 문제 삼았다.
갈등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에서 시작됐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손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같은 달 28일 재제청을 요청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하루 뒤 추가 설명문을 내고 다시 맞섰다.
그는 “지난달 28일자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다”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가 제기한 ‘제청 과정의 절차적 흠결’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날 언급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해야 한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청와대 공문 자체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와 관련해 “국민 불편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신속히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쟁점의 중심에는 헌법 제104조 제2항이 있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적법하게 제청된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할 명확한 헌법·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 역시 독립된 헌법상 권한인 만큼 대법원장의 제청이 대통령의 판단을 사실상 구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정 후보자를 둘러싼 인사 갈등이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나아가 사법부 구성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충돌로 번진 셈이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200일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법원의 구성이 지연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의 정상적 작동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라며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